훈민정음은 한글의 원형이자,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문자 창제의 기록입니다. 그중에서도 **훈민정음 해례본(訓民正音 解例本)**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유와 원리, 발음 체계 등을 해설한 **가장 권위 있는 문헌**으로,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.
그러나 최근 수십 년 사이, 이 귀중한 문화재를 둘러싸고 **숨겨진 발견, 사라진 유물, 민간 소장, 국가 소송 등 복잡한 사건**들이 얽히며 하나의 ‘미스터리’로 떠올랐습니다. 이 글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견과 유출, 그리고 그 배후에 있었던 인물들과 논란의 전개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.

1. 훈민정음 해례본이란?
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,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을 창제한 후 그 사용법과 철학적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간행한 책입니다. 총 33장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, **음운의 체계와 창제 원리, 문자 배치 이유까지 상세히 기술**되어 있어 한글 연구의 핵심 자료입니다.
현재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존재가 확인된 해례본은 단 두 권입니다.
- ① 간송본(서울 간송미술관 소장) – 1940년대 전형필이 수집. 국보 제70호
- ② 상주본(민간인 소장, 존재 논란 중심) – 2008년 발견 발표 후 소유권 분쟁 발생
2. 간송본: 우연한 수집, 정통의 전승
간송미술관의 설립자 전형필은 1940년대, 일제강점기 시절 **한 고서상으로부터 해례본을 구입**합니다. 당시 가격은 1만원(현재 기준 수천만 원 상당)으로 알려져 있으며, 이를 통해 훈민정음 해례본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.
전형필은 이를 보관하며 광복 후에도 문화재 등록을 신청했고,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되며 **정통 해례본으로 인정**받습니다. 이 간송본은 **한국 학계에서 연구되고 교과서에도 반영된 기준 자료**로서, 오늘날에도 국가적 자산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.
3. 상주본의 발견, 그리고 미스터리의 시작
2008년, 경상북도 상주의 한 고서 수집가 **배익기 씨**는 자신의 집에서 **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**을 발견했다고 발표합니다. 그는 이 책이 수십 년 전 지인으로부터 얻은 책 가운데 하나였으며, **오랫동안 방치되다가 뒤늦게 진가를 알아봤다**고 주장했습니다.
그러나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한글학회 등은 **상주본이 간송본과는 또 다른 판본**임을 확인했으며, 활자체, 종이 재질, 오탈자 형태 등을 근거로 진본으로 판명했습니다. 즉, 이는 제2의 해례본으로 문화재 사적 가치가 엄청난 발견이었습니다.
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. **배 씨는 이를 문화재청이나 국가에 기증하지 않고, 민간 소장품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**하면서 **천억 원 이상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**합니다.
4. 상주본을 둘러싼 소송과 갈등
상주본의 진위가 확인되자, **문화재청은 해당 책이 원래 상주 시청 소속 박 모 교장(故 박병선) 소유였으며, 배 씨가 이를 무단으로 취득했다고 주장**합니다.
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**배 씨를 절도 혐의로 고소**했고, 검찰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형(집행유예 포함)을 선고합니다. 그러나 배 씨는 책을 반환하지 않고, 보관 장소 역시 공개하지 않은 채 **은닉**합니다.
이 사건은 곧 **국가 문화재 반환 소송으로 확대**되며, 사회적 관심을 끌었고, '사라진 해례본', '배 씨와 천문학적 보상 요구', '고의 방화 의혹'까지 **다양한 루머와 의혹이 확산**되었습니다.
5. 상주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?
현재까지도 상주본의 실물은 **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**, 배 씨 측은 일부 언론에 “화재로 손상됐다”는 말을 전한 바 있습니다. 그러나 문화재청과 학계는 여전히 이 책이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, **복원 가능한 상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.**
2020년 이후 정부와 배 씨 측은 **비공개 접촉과 반환 협상**을 진행했지만, 구체적인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. 일각에서는 **배 씨가 사망하거나 유물이 영구 손실되기 전, 국가가 강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**도 커지고 있습니다.
6. 훈민정음 해례본이 가지는 진짜 의미
훈민정음 해례본은 단지 학술적 가치를 넘어서, **한글 창제의 철학과 과학적 원리를 보여주는 유일한 문헌**입니다. 이는 곧 **세종대왕과 조선의 학문 수준, 그리고 민중 중심 의사소통 철학을 담은 자산**으로,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습니다.
이런 문화유산이 사적 소유권 다툼으로 인해 **은닉되거나 훼손되는 상황은 국민 모두의 상실**입니다. 해례본은 누구의 것도 아닌, **우리 모두의 자산이자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문화적 유산**입니다.
결론: 해례본을 둘러싼 진실과 책임
훈민정음 해례본은 발견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질문과 의혹, 갈등을 남겼습니다. 그 배후에는 개인의 탐욕, 제도의 허점, 정부의 미온적 대응 등 복합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.
이제는 국보급 유산을 사적으로 은닉하는 시대는 지나야 합니다. **문화재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, 한 민족의 정신이며 역사**입니다. 훈민정음 해례본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선, **공공성과 문화 주권의 원칙 아래, 유물의 귀환과 보존이 시급**합니다.